거스 히딩크 감독은 아시아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다. 2002년, 세계 축구의 변두리 국가에 불과하던 한국을 이끌고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며 아시아 축구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보여줬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히딩크 감독은 중국 U-23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축구 발전을 꿈꾸는 중국은 ‘거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히딩크 감독은 절박한 중국의 제안에 응낙해 대륙의 젊은 피들을 육성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중국 U-23 대표팀은 현재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2 챔피언십 예선에 참가 중이다. 히딩크호는 라오스를 상대로 하는 첫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두고 상쾌한 스타트를 알렸다.
‘폭스 스포츠 아시아’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라오스전이 끝난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아시아 축구’라는 큰 범주의 주제로 논평을 남겼다고 한다.
히딩크 감독은 “유럽이나 남아메리카 같은 세계 축구를 선도하는 대륙들과 아시아를 비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라면서 “그러나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시아가 많이 발전했다는 거다”라고 과거와 비교했을 때 아시아 축구의 경쟁력이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히딩크 감독은 “훌륭한 지도자를 보유하는 건, 유소년 육성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젊은 선수들이 뛰고 싶게 만들고, 경기를 사랑하게 만들어야 한다”라면서 유소년 양성이야말로 축구가 발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십 수 년 전, 히딩크 감독이 한국 땅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아시아를 바라보는 세계 축구계의 시선은 싸늘했다. ‘너희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며 아시아 축구의 잠재성을 들추어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아시아는 여전히 약하기는 해도 옛날과 비교했을 때 세계가 깜짝 놀랄 성장을 이룩했다. 월드컵 성적, 유럽 진출, 리그 성장 등 다양한 방면에서 한 단계씩 진보했다.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시아 축구의 척박한 과거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기에, 자신이 호평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이 흐뭇하기 때문이다. 아시아가 이만큼 발전하는 과정에서 그의 공로 또한 대단했다.
2019-03-23 (주)베스트 일레븐, 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