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끈 축구 명장 거스 히딩크(75·네덜란드)가 다시 한번 월드컵을 꿈꾸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퀴라소는 29일 과테말라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북중미 1차 예선 C조 2차전 방문 경기에서 쿠바를 2-1로 이겼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과의 1차전을 5-0으로 이긴 퀴라소는 2연승으로 C조 선두에 올랐다.
히딩크 감독은 2차전 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난 해냈다”며 “많은 사람들이 퀴라소가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있을지 묻는데 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월드컵에 간다면 정말 환상적인 일일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70대 중반의 나이로 퀴라소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 감독은 퀴라소 축구에 희망을 밝히고 있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인구 16만 명의 소국인 퀴라소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76위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본 적은 없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 때 1승 3무 2패(탈락)를 기록할 정도로 북중미에서도 약체에 속한다. 히딩크 감독 영입 뒤 전력이 탄탄해진 퀴라소는 6월 과테말라, 버진 아일랜드와 1차 예선을 치러 조 선두를 유지하면 2차 예선에 올라간다. 퀴라소 국민들은 히딩크 감독이 다시 한번 ‘월드컵 마법’을 일으킬 것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사령탑을 맡아 특유의 승부 기질과 도전 정신으로 태극전사를 이끌었다. 히딩크의 지도력에 힘입어 한국은 월드컵 본선 첫 승의 여세를 몰아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한국을 떠난 뒤에도 히딩크 감독은 호주 대표팀을 이끌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뒤 러시아, 터키,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았지만 저조한 성적을 내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년 중국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아 새 도전에 나섰지만 1년 만에 짐을 싸며 감독으로서 생명이 끝나는 듯 했다.
2010년 네덜란드령 안틸레스 해체 후 자치권을 얻은 퀴라소는 축구와 함께 야구 인기가 높아 미국프로야구(MLB)에 뛰는 퀴라소 출신 선수들이 많다. 2017년부터 2년간 한국프로야구 KIA에서 뛰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든 로저 버나디나도 퀴라소에서 태어났다.
출처: 동아일보, 김동욱 기자(202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