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박지성은 어린 선수였고 페널티킥(PK) 경험도 없는 선수였는데….”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축구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으면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18년 전을 떠올리며 말했다.
박 감독은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인터뷰에서 지도자 인생의 커다린 디딤돌이 된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돌아봤다. 그는 “히딩크 감독이 처음 임명됐을 때 그는 ‘한국이 전 세계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했으나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며 “그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이 없었다. 그저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하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한국은 1년 6개월간 히딩크 감독의 조련 속에서 ‘원 팀’으로 거듭났고, 조별리그 1위(2승1무)로 사상 첫 16강 진출을 해낸 데 이어 이탈리아(16강·2-1 승), 스페인(8강·0-0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 승)을 연달아 누르고 4강에 도달했다.
박 감독은 연장 사투를 벌인 이탈리아전을 돌아보며 “우리는 이탈리아가 신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훨씬 뛰어난 점을 알고 있었다. 코치진은 선수에게 기술적 요구보다 정신적 요구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당시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헤딩 선제골을 허용한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 설기현의 극적인 동점골에 이어 연장 안정환의 헤딩 골든골로 웃었다. 당시 안정환은 전반 페널티킥(PK)을 실축한 뒤 연장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더욱더 주목받았다. 박 감독은 “경기 초반 PK를 실축한 안정환은 결국 승리를 결정짓는 골을 넣었다. 지속해서 선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에서 비롯됐는데, 그는 정신적으로 강했고 (그라운드에서) 계속 나아갔다”고 돌아봤다.
그는 승부차기 대결을 벌인 스페인전에서는 팀의 두 번째 키커로 나선 박지성에 대한 일화를 꺼냈다. 보통 1~2번과 마지막 5번 키커는 경험이 많은 선수가 배치된다. 당시 박지성은 만 21세로 생애 첫 월드컵에 나섰고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왼발 결승골을 터뜨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박 감독은 “박지성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당시 그는 어린 선수였고 (월드컵 승부차기 상황과 같은) PK를 경험하지 못했다”며 “(스페인전이) 첫 PK 상황이었으나 히딩크 감독은 그의 강한 정신력을 믿었다”고 했다. 보란 듯이 박지성은 시원하게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면서 상대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를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은 늘 선택과 결정에 확신을 품었다”며 당시 박지성을 선택한 것을 높게 봤다.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에게 참 많은 것을 배웠다. 몇 가지 예를 들면 그는 일하는 국가의 문화에 대해 이해했고 존중하려고 했다. 그런 뒤 선수와 코치에게 전술적 견해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외국인으로 베트남에 왔다. 국가와 문화, 그리고 선수의 반응 등을 이해해야 했는데 히딩크 감독과 함께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출처: 스포탈코리아, 김용일기자, 2020.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