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69·사진)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 감독은 "창조적인 유망주에게는 어른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강한 규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5년 5월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바르셀로나 유스팀의 '천재' 이승우(17)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다. 이승우는 최근 열린 수원 JS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개성 강한 언행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면 광고판을 걷어차곤 한 이승우는 그간 한국 축구가 만나본 적이 없는 새로운 성격의 유망주다.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이와 관련해 한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이승우의 언행에 대한 찬반양론은 더 심화됐다.
이 위원은 에인트호번 시절 히딩크 감독과 17살 유망주였던 아리언 로번(바이에른 뮌헨)의 일화를 예로 들며 "우리는 이승우에게 경기력 외적인 부분에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해야 한다"며 기본적인 '예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가 6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만난 히딩크 감독의 생각도 이 위원과 다르지 않았다. 이 위원 칼럼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로번의 유니폼 상의가 밖으로 나올 때마다 단정히 하의 속으로 집어넣으라고 소리치는 등 엄격하게 대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에 대해 "로번을 거칠게 다루려고 한 게 아니라 야망과 재능을 가진 한 어린 선수를 바르게 인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망주들도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며 그 실수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고 덧붙였다.
히딩크 감독은 축구계의 어른들이 유망주들을 사랑과 열정으로 보살펴줘야 한다면서도 그들을 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할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 히딩크 감독은 "유망주들이 어른의 말을 따르기만 한다면 그건 재능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재능이 있는 유망주들은 자신의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한편으로는 경험을 갖춘 축구인들이 길을 제시해줘야 한다"면서 "그래야 로번처럼 옳은 선택을 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내가 어린 로번을 엄격하게 대한 것은 그게 로번이어서가 아니다. 젊은 유망주라면 누구나 그런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의 지도자들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지도자들이 개성 강한 유망주에게 과민반응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그들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은 유망주들이 알아서 길을 찾아야 한다. (10대 후반의 선수들은) 더이상 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2015 서울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돕고자 한국을 찾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