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200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4강 진출 20주년을 1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10주년 기념행사 당시 한국을 찾은 거스 히딩크(75·네덜란드) 감독이 옛 제자를 “참 말을 안 들었던 선수”라는 반어법으로 극찬한 발언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2012년 히딩크 감독은 한일월드컵 개막 10주년인 5월31일에 맞춰 시각장애인 전용 축구장 드림필드 개장식을 위해 방한했다. 옛 스승을 맞이한 유상철 당시 대전 시티즌 감독이 참석한 자리에서 “가장 말을 듣지 않는 선수였다”는 말로 좌중을 당황하게 했지만, 그것은 칭찬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2001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A조 2라운드 전반전 유상철 코뼈 골절을 알아챘다. 교체시키려 했지만 ‘벤치로 쫓아내지 말라’며 지시를 끝까지 어겼다. 그러더니 후반 골을 넣더라”며 11년 전을 회상했다.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은 2002 한일월드컵 준비를 위한 테스트 이벤트로 열렸다. 그러나 한국은 A조 1차전 프랑스에 0-5로 대패하며 개최국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멕시코와 컨페더레이션스컵 2차전은 한국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였다. 유상철은 코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고 얼굴 전체로 골절 통증이 퍼지는 악조건에도 풀타임을 뛰었을 뿐 아니라 후반 45분 결승골로 2-1 승리를 이끌었다.
코뼈가 부러졌음에도 심지어 헤딩으로 넣은 득점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대표팀 사령탑 시절 내 말을 듣지 않아) 제일 나쁜 선수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이기도 하다”며 유상철을 극찬했다.
9년 전 히딩크 감독은 “지금은 그때 부러진 뼈가 제대로 붙었는지 다시 미남이 됐다”는 농담으로 유상철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러나 제자는 “한일월드컵 20주년에 다시 뭉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
출처: MK스포츠 박찬형 기자(2021.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