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의 영원한 막둥이들인 차두리(35·FC서울)와 이천수(34·인천 유나이티드)가 현역에서 은퇴했다. 차두리는 지난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슈퍼매치’ FC서울과 수원삼성의 경기서 은퇴식을 치렀다.
차두리는 하프타임 때 그라운드로 나와 “정말 제가 한 것 이상으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이어 “세 시즌 동안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 어떻게 보면 저는 한국축구에서 가장 복 받은 선수다”라며 “은퇴 후에도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란 뜻으로 알고 모든 축구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좋은 삶을 살겠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차두리는 지난 2001년 고려대와 국가대표의 친선경기 중 히딩크 눈에 띄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2001년 세네갈과의 평가전서 김남일(교토상가) 대신 교체 투입돼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올 초 호주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까지 총 76경기를 뛰며 4골을 기록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차두리는 독일 레버쿠젠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빌레펠트-프랑크푸르트-마인츠-코블렌츠-프라이부르크 등 주로 분데스리가(2002~2009)에서 활약했다.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한 것도 이 기간이다.
차두리는 ‘2010 남아공월드컵’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일군 뒤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이적했다. 당시 기성용과 코리안 듀오를 형성하며 셀틱을 강력한 팀으로 만들었다. 이후 차두리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한 시즌(2012.07~2013.02)을 소화한 뒤 2013년 K리그행을 선택했다. FC서울에 입단해 통산 114경기에 출전, 2골 7도움을 기록했다.
차두리는 ‘폭주기관차’ 별명답게 폭발적인 드리블과 직선적인 플레이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스트라이커에서 정통 클래식 윙어, 풀백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대표팀과 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했다. 또 아버지 차범근 DNA를 물려받아 탈아시아급 하드웨어를 자랑했다. 차두리의 잠재력을 발견한 은사는 거스 히딩크였다. 그리고 차두리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끈 지도자는 FC서울 최용수 감독이었다.
‘거스 히딩크의 막둥이들’ 차두리에 이어 이천수도 공식 은퇴했다. 이천수는 8일 인천축구 전용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천수는 “지난 6개월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언제 은퇴를 해야 하는지 고민했고 지금이라고 생각했다”며 “막상 내려놓으니 시원섭섭한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다. 축구 선수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담담히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실력보다 운이 좋았던 선수였다. 운이 좋아 월드컵에 나갈 수 있었다. 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다. 재능에 비해 크게 되지 못했다는 시각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실력만큼 충분히 했고 운이 따라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일단 딸과 놀아주고 싶다. 그리고 학업에 충실하겠다”며 “지도자 생각도 있다. 최근까지 지도자 생각이 없었지만 바뀌었다. 실전에 강한 선수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 이천수는 K리그 통산 179경기에 나서 46골 25도움을 기록했다. 국가대표는 79경기에 출전, 10골을 넣었다. 2002 한일월드컵, 2006 독일월드컵, 2004 아테네 올림픽, 2007 아시안컵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했다.
특히 독일월드컵 토고전 프리킥 동점골과 아테네 올림픽 맹활약, AFC 챔피언스리그 감바오사카전 해트트릭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아시아의 베컴’으로 불리며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천수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맹활약한 뒤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했다. 이후 누만시아(스페인), 페예노르트(네덜란드), 알 나스르(사우디), 오미야(일본), 울산, 수원, 전남, 인천 유나이티드(이상 K리그) 등을 거쳤다.
차두리에 이어 이천수마저 은퇴하면서 2002 월드컵 4강 신화 멤버 중에는 3명만 남았다. 골키퍼 김병지와 수비수 현영민(이상 전남), 미드필더 김남일(교토상가)이 현역생활을 유지 중이다.
이천수와 차두리는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막둥이들이었다. 이들의 은퇴로 사실상 거스 히딩크 세대 아이들은 축구화를 벗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니다. 이천수와 차두리는 ‘축구선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돌려드리는 게 의무’라고 입을 모았다. 히딩크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지도자로 새 출발해 후배를 육성하는 것이 꿈이다.
이미 실행에 옮긴 ‘2002 세대’가 있다. 홍명보, 황선홍, 최진철, 유상철, 이민성, 안정환, 이영표, 박지성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 클럽과 청소년 대표팀 감독, 유소년 육성 시스템 등을 맡고 있다. 차두리와 이천수도 합류해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할 예정이다. 히딩크의 유산은 더없이 풍족하다.